
이재명 대통령실이 20일 내놓은 “국민의 목소리에 신중히 귀 기울이고 있다”는 논평이 오히려 민심을 자극했다. 대통령의 핵심 부동산 책사로 꼽히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33억 판교 아파트 갭투자 논란이 폭로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 차관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으로, 그동안 “집값은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 “무리한 대출보다는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규제 완화 이전 시점에 33억 원 규모의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국민에게는 참으라 하고, 내부 인사는 부동산 불패를 믿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 “사과 아닌 쇼”…국민 분노 여전
논란이 확산되자 이상경 차관은 이날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판단을 내린 점 깊이 반성한다”며 “향후 부동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더욱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서울 마포구의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청년들에게는 ‘집값 떨어지면 사라’고 말했던 사람이 30억대 아파트를 산 게 사과 한 줄로 끝날 일인가”라며 분노했다.
SNS에서는 ‘#갭투기차관’, ‘#내로남불정권’ 해시태그가 확산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사과가 아니라 수습용 ‘한발 빼기 쇼’”라며 “이게 바로 내로남불 정권의 매뉴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조차 “정책 신뢰가 무너졌다”며 이상경 차관의 거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신중히 귀 기울이겠다”…공허한 대응 논란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민의 목소리에 신중히 귀 기울이고 있다”며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 분노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평론가 김정훈 박사는 “대통령실이 위기 상황을 ‘언어적 대응’으로 넘기려 한다”며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귀 기울이겠다’가 아니라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0월 18~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3%가 ‘이상경 차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응답자 중 74%가 ‘사퇴 불가피’ 의견을 냈다(표본오차 ±3.1%p, 신뢰수준 95%).
◼ 정책 신뢰도 추락…“규제의 수혜자, 국민의 희생자”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부동산 투기’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철학 붕괴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책 설계자가 규제의 수혜자가 되고, 국민은 그 규제의 희생자가 되는 구조.
이것이 국민 분노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책연구원 이성우 소장은 “정책 신뢰는 ‘공정’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한다”며 “공직자가 사적 이익을 얻는 순간, 정부 전체가 불신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 청년층의 ‘박탈감’ 폭발…“기회는 공정하지 않았다”
취업난과 전세난, 대출 규제 속에서 고통받는 청년층은 이번 사건을 **‘기회 불평등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20대 대학원생 이모 씨는 “우리는 대출 한도에 막혀 전세방을 전전하는데, 정책을 만든 사람은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본다”며 “정부가 말하던 공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22%,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은 68%로 집계됐다.
20~30대의 부정 평가 비율은 **7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청년층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해석한다.
◼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불가피”…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차관의 행위는 공직윤리의 기본선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국민 분노를 사과문 몇 줄로 덮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책임은 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상경 차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끝까지 감싸면 정부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통령 리더십, 위기 돌파할까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의 중대 시험대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차관 개인의 도덕성 논란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 정치가 작동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영민 교수는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국가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삼아온 만큼, 이번 사안은 리더십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원한다. 지금 필요한 건 귀 기울이겠다는 언급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 “공정의 붕괴는 신뢰의 붕괴”…국민 분노는 진행형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정권 내면의 공정 붕괴’**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대통령실이 “신중히 귀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은 이제 ‘귀 기울이는 척’이 아니라, 책임지는 모습을 원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사과나 변명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조치”라며 “책임을 위로부터 묻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는 다음 선거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경 차관의 사퇴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공정과 청렴’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신뢰도는 타격을 입었고, 여론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