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이웃들의 아픔입니다"... 지역사회가 하나 되어 전하는 위로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기 참사의 충격과 슬픔 속에서 지역사회의 따뜻한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흑백요리사'로 알려진 안유성 셰프는 30일 오후 갑작스럽게 주방을 비우고 200인분의 김밥을 들고 무안공항을 찾았다. 대한민국 16대 조리 명장이자 광주에서 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그는 "희생자 대부분이 지역민이라 한 다리 건너면 가까운 지인들"이라며 슬픔을 전했다.
"저와 방송을 함께 한 PD도 유명을 달리했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참사가 얼마나 많은 지역민들의 가슴을 후벼 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안 셰프는 "가슴이 먹먹하고 내일, 모레도 또 오고 계속 봉사하겠다"며 내년 1월 1일에는 조리사협회, 광주광역시와 함께 떡국을 준비해 유가족들에게 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광주 방문 시 즐겨 찾는다는 그의 일식당은 이날 예약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직원들과 함께 김밥을 마는 일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으로 봉사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났다.
24시간 이어지는 지원의 손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설치된 간이부스에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생수, 담요, 방한용품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날씨를 고려해 따뜻한 물과 핫팩 등 방한용품 지원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점심과 저녁으로 준비되는 800인분의 식사는 영양사의 관리 하에 위생적으로 조리되어 제공된다. 유가족들의 건강을 고려해 영양가 있는 식단을 구성하고, 개별 포장을 통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칫솔, 치약, 수건 등 기본적인 생필품도 함께 제공되어 갑작스러운 사고로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유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전남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새벽부터 나와 따뜻한 떡국을 끓이고, 주먹밥을 만드는 이들의 손길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무안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 역시 현장에서 수습 작업을 하는 인력들을 위해 빵, 물, 라면이 담긴 구호 물품을 전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지역 숙박업소들의 지원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무안공항 인근 여러 숙박시설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무상으로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 모텔 주인은 "멀리서 오신 유가족분들이 편하게 쉴 공간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방을 내놓았다"며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공항 2층 4번 게이트 근처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란다. 선결제 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름 모를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커피 한 잔에 담겨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카페의 한 직원은 "오전부터 많은 분들이 찾아와 선결제를 하고 가신다"며 "유가족분들께 따뜻한 음료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식당들도 도시락과 반찬을 준비해 현장을 찾고 있다. 한 중국집 사장은 "며칠 째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끼니도 거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저희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짜장면 50인분을 들고 공항을 찾았다.
이처럼 무안공항 참사 현장에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참사 발생 직후부터 자발적인 봉사와 기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일정과 인원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 기간인 다음달 4일까지 이러한 지원은 계속될 예정이다. 큰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이러한 따뜻한 손길들이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