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한 숙고 필요" 17일 국무회의 상정 연기... 시한은 2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통과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당초 17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됐으나, 총리실은 16일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상정을 연기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인 21일을 앞두고 여야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 권한대행이 지난해 3월 양곡법에 대해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전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도 이미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정부는 양곡법이 도입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의 의무매입으로 인한 시장 질서 붕괴와 예산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이 두 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전례가 있어 주목된다. 당시 한덕수 현 권한대행은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한 바 있어, 이번 결정에 있어 그의 경험이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압박 속 '정치적 중립' 시험대... 후속 법안도 변수
한 권한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미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며 "직무대행은 현상유지와 관리가 주 업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 체제는 이재명의 섭정체제가 아니다"라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과의 협치가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며 "특히 자신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을 자극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죄 특검법 등 후속 법안들이 대기하고 있어 한 권한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자신도 연루된 내란 특검법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16일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폐기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의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없애는 내용의 이 법안은 지난 예산 협상 과정에서 폐기된 바 있다. 이는 한 권한대행이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기존 정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