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 화려한 스타의 마지막 데뷔 무대
1995년 11월 19일, SBS '생방송 TV가요 20'에서 한 가수가 솔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말하자면'이라는 곡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그는 듀스의 멤버 김성재였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라는 노랫말처럼, 그의 앞날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이 무대는 그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1993년 '나를 돌아봐'로 데뷔해 '우리는', '떠나버려', '여름 안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듀스. 힙합과 브레이크 댄스를 접목한 독창적인 안무와 스타일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그들은 데뷔 2년 만인 1995년 7월 해체했다. 그리고 4개월 뒤, 23세의 젊은 나이에 김성재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28개의 주삿바늘 자국과 동물마취제... 29년째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1995년 11월 20일 오전 6시 40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발견된 김성재의 시신은 많은 의문을 낳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오른팔에서만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동물마취제인 '졸레틸 50'이 검출됐다.
당시 부검의는 "오른손잡이인 고인이 스스로 주사하기 어려운 점, 주사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 투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주사 흔적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의문을 더했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한 동물병원장이 김성재의 당시 연인 A씨가 졸레틸50을 구매했다고 제보한 것.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심증만으로는 피고인을 살해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항소심은 "졸레틸50 한 병은 건강한 사람을 마취시키기에 충분한 양이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두 차례나 관련 방송을 예고했으나, A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모두 무산됐다. A씨는 더 나아가 당시 약물검사를 시행한 전문가를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A씨 측은 "무죄 판결에도 24년간 편파적인 보도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9년이 지난 지금도 김성재의 죽음은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솔로 데뷔 무대 다음날 맞이한 죽음, 28개의 주삿바늘 자국, 동물마취제 검출, 그리고 법정에서 오간 공방까지. 수많은 의혹과 의문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배정훈 PD가 언급한 OTT를 통한 미방송분 공개 가능성은 이 오래된 미스터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까. 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춤추는 가수'의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