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감", "꿀맛"... 시청률 위해 위험한 줄타기 한 예능가
지난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을 내렸다.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음주를 미화하는 장면을 반복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최근 방송가의 '선정적 리얼리티' 경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가 된 장면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7월 방송된 박나래의 '노동주' 에피소드부터 올해 8월 트와이스 지효의 음주 장면, 9월 김대호 아나운서의 막걸리 섭취 장면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음주 미화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잔 가득 채운 행복',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운동 후에 마시니까 더 꿀맛' 등의 자막은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시청자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음주를 미화하고 술이 마치 모든 것의 피로회복제인 듯 과장한 측면이 있다"며 강하게 지적했다.
방송사들의 잇따른 제재... '시청률' vs '공적 책임' 딜레마
이번 '나혼산' 제재는 방송가 전반의 공적 책임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같은 날 방심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사안을 다룬 KBS의 편향 보도와 SBS 파워FM '두시 탈출 컬투쇼'의 과도한 협찬 노출에 대해서도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최근 방송사들이 경쟁 심화로 인해 기본적인 방송 윤리마저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특히 '나혼산'의 경우, 1인 가구의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 특성상 '현실적인 묘사'와 '부적절한 미화'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컸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려다 보니 음주 장면이 불가피하게 포함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미화하는 자막과 연출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방심위의 판단이다.
방심위의 제재 단계는 '문제없음'부터 시작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및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법정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주의' 처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이번 제재를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률 경쟁 속에서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인 만큼, 청소년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향후 '나혼산'을 비롯한 각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이 이번 제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할지 주목된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그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방송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