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찬'과 '밀수' 사이... 법정에 선 K-POP 대부
한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온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8억 원대 명품 시계 '밀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사건 첫 공판에서 양 총괄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14년 당시 한류 콘텐츠 시장의 최전성기를 이끌던 YG엔터테인먼트. 그 중심에 서 있던 수장의 명품시계를 둘러싼 공방이 9년 만에 법정으로 이어졌다.
문제의 시계는 스위스 최고급 브랜드 A사의 해골무늬 시계(7억1151만원)와 검정색 시계(1억1655만원), 총 2개다. 특히 해골무늬 시계의 경우 10년 전 생산이 중단되어 현재는 구하기 힘든 한정판 모델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총괄이 2014년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 시계들을 세관 신고 없이 반입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양 총괄 측은 "시계는 피고인이 국내에서 전달받은 것이고 싱가포르에서 받은 적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 vs 변호인단, 치열한 증거 공방
검찰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는 양 총괄과 A사 아시아 대표 B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총괄은 2014년 8월 27일부터 29일 사이 B씨에게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i really wanna get the watch I have been asking about)는 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시계가 준비됐다"(It's ready for you my dear)고 답했다. 이후 9월 13일 싱가포르에서 시계를 건네받았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반면 양 총괄 측은 전혀 다른 버전의 스토리를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양 총괄이 업체로부터 홍보를 부탁받고 해외에서 시계를 착용한 뒤 이를 돌려주고 귀국했으며, 이후 국내에서 시계를 다시 협찬으로 전달받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11명에 달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인단의 이같은 주장은 '협찬' 관행을 둘러싼 법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관세법 위반을 넘어 연예계 협찬 문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통상 협찬은 공식적인 절차로 개인이 아닌 회사와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식으로 받은 고가의 시계를 단지 협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홍보업무를 하지 않는데 오히려 자기 영향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2017년 발생한 해당 시계 업체의 불법 반출입 사건이다. YG 측은 "2017년 해당 업체가 통관절차 없이 다수의 시계를 들여오거나 가지고 나간 사실이 적발되면서 양 총괄이 홍보를 목적으로 협찬받은 시계까지 조사받은 적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해당 업체의 불법적 관행을 입증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형 가능성' vs '집행유예 선례'
최유나 법률사무소 가까이 변호사는 "실제 양 총괄이 고가의 시계를 직접 국내로 반입했는지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한 상황에서 양 총괄 측에서 계속 혐의를 부인하게 되면 물품 원가 2억원 이상 가중 처벌되는 특가법 규정상 실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가법은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유사 사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녀의 경우 2019년 1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실제 선고형량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K-POP 산업의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불투명한 관행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 온 각종 관행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양측이 제시할 추가 증거와 법리 공방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