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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협회의 충격적 '노예 계약' 실태 전말 안세영뿐 아니라 13세 꿈나무까지 동원

작성일 : 2024.10.24 10:39 작성자 : 채진웅 편집장 (help@yesmda.com)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눈물

"국가의 영광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 협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지난 24일 국회 문체위 정연욱 의원이 폭로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충격적인 '노예 계약' 실태는 스포츠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협회와 후원사의 일방적인 '갑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요넥스와의 후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사는 물론, 경기 일정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14일간 무상 홍보 출연'을 약속했다. 이는 세계 선수권과 같은 메이저 대회 기간에도 예외가 없었다.

특히 안세영 선수의 경우 1년간 6차례나 강제 동원돼 광고 촬영과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시점에서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는 점은 선수 인권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관행이 비단 안세영 선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마치 협회의 '소유물'처럼 취급되며, 자신의 초상권마저 통제당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체육계에 만연한 봉건적 위계질서와 비민주적 운영 방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명과 올해 파리 올림픽 출전선수 11명이 후원사 광고에 무상으로 동원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래의 꿈나무인 13세 이하 선수들까지 이러한 관행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배드민턴협회는 이러한 무상 동원에 대해 "협회 내부 운영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IOC나 체육회에 선수의 무상 모델 출연 규정이 없다"고 밝혔고, 문체부 역시 "법령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배드민턴협회의 행태가 명백한 갑질이자 권한 남용이었음을 방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관행이 단순한 실수나 우연이 아닌,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선수 착취 시스템으로 작동해 왔다는 사실이다. 협회는 후원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선수들의 권리를 담보로 더 많은 후원금을 끌어내려 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동의나 보상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이어져 온 체육계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체육계 관계자 A 씨는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각종 종목 협회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선수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회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주체임에도 오히려 선수들을 착취하는 주체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욱 의원은 "선수들은 협회의 노예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체육계 전반의 적폐를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드민턴협회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육계 전반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종목별 협회의 지나친 권한 집중과 불투명한 운영 방식, 선수 인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포츠계의 한 법률 전문가는 "선수들의 초상권과 같은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라며 "체육계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메달이라는 성과 이면에 가려진 체육계의 민낯을 직시하고, 선수들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채진웅 편집장(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