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의 재회, 더 짙어진 에로티시즘의 민낯을 파헤치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구축해온 김대우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히든페이스'로 돌아왔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김대우 감독의 얼굴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중독'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승헌, 조여정과 10년 만에 재회했고, 여기에 신예 박지현까지 가세해 그만의 에로티시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히든페이스'는 2011년 개봉한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김대우 감독 특유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과 달리 웃음기를 덜어내고 내면의 욕망을 더욱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의도를 넣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집착이 한층 더 깊이 있게 그려진다.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을 찾던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송승헌)이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와 선을 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불륜을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베테랑 배우들의 새로운 변신, 그리고 신예의 도전
'히든페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송승헌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흙수저' 출신이지만 성공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설정부터 범상치 않다. "의뭉스러운 캐릭터"라는 감독의 표현처럼, 송승헌은 겉으로는 욕망을 억누르지만 내면에서는 강렬한 욕망이 꿈틀대는 이중적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김대우 감독은 "'인간중독' 때보다 더 많이 괴롭혔다"며, 한 마디의 대사, 하나의 눈빛에도 깊이 있는 디테일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여정은 이번에도 김대우 감독과의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그녀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지점을 건드리는" 감독의 연출력을 극찬했다. 특히 그녀가 연기하는 '수연'은 나르시시스트이자 에고이스트지만,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밀실에 갇혀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하는 수연의 극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박지현은 두 베테랑 배우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연'의 후배이자 첼로 연주자 '미주' 역을 맡은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특히 김대우 감독은 박지현에 대해 "보자마자 긍지가 느껴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히든페이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사운드다. 김대우 감독은 "밀실과 밖에서 나는 소리의 차별성, 파괴력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각적 충격과 함께 청각적 몰입도를 높인 이번 작품은, 김대우 감독이 그동안 쌓아온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월 20일 개봉을 앞둔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승헌은 이미 "배우로서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자평했고, 조여정 역시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작품"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욕망과 집착, 그리고 관음증적 시선이 교차하는 이 작품이 과연 어떤 충격과 감동을 선사할지,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