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경쟁 속 무너진 방송 윤리... 과잉 연출이 부른 '신뢰의 위기'
"저는 어린이 프로를 40년 했습니다. 많은 학부모가 나를 보며 자랐다는 뜻인데, 내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20일 방송된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에 출연한 개그맨 김종석(65)의 발언이다. '뚝딱이 아빠'로 잘 알려진 그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자산이 500억 원대라고 밝혔다. 경기도 하남과 양평에서 대형 카페 3개를 운영하며, 부동산 가치만 300억 원에 달한다는 것. 하지만 한 달 전 같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특종세상'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판이했다. 100억 원대의 빚을 지고 모텔을 전전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몰락한 스타'였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과도한 자극성 추구'가 부른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 콘텐츠 전문가 이민우 교수(가톨릭대 미디어학부)는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연자의 극단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그리려는 제작 관행이 만연해있다"며 "이는 단순한 연출을 넘어 시청자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허위 연출의 민낯... "모텔은 제작진이 잡아놓은 곳"
취재 결과 '특종세상'에서 그려진 김종석의 모습 상당수가 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생활한다고 방송된 허름한 모텔은 제작진이 미리 섭외한 장소였으며, 컵라면을 끓여먹는 장면 역시 의도된 연출이었다. 실제로 김종석은 서초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00억 원의 부채는 자산의 20%에 불과하다"며 "방송에서 보여진 허름한 숙소는 제작진이 준비한 장소"라고 밝혔다.
방송 제작 현장의 한 관계자는 "출연자의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 연출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처럼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집는 수준의 연출은 방송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N의 황당한 해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MBN은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방송사 측은 21일 "'특종세상'의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사노라면'을 통해 해당 내용을 보강 취재해 방송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특종세상' 다시보기 서비스는 삭제됐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비판을 키웠다. 방송비평가 박진우 씨는 "단순한 '오해의 소지'가 아닌 명백한 허위 연출"이라며 "책임 있는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김종석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항의해서 '특종세상' 다시보기가 중지된 건 아니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 쪽 관련되는 것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저는 저 자신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청자 기만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 윤리 재정립 필요
이번 사태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 평론가 정성일 씨는 "시청률 경쟁 속에서 자극적인 소재와 과도한 연출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며 "방송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는 제작진의 윤리 의식 제고와 함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83년 MBC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40년간 어린이 프로그램의 대표 진행자로 활약해온 김종석. 그의 이미지 실추는 방송사의 무분별한 연출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 범위와 한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