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분한 사랑, 감당 못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10년간의 내적 성찰
배우 정우가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이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우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10년간의 고민과 성장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 이후 10년간은 드라마를 못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흥행 이후에 저하고 잘 맞지 않는 상황에 놓여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걸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작품 똑같이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지만, '응답하라 1994'는 제가 한 것보다 너무 많은 걸 받은 것 같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걷어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 상황을 감당을 못했던 거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고민은 그의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관계자들이 수많은 작품을 제안했지만, 정우는 자신만의 고집으로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그분들을 다시 만나면 사과한다. 그때는 저만의 고집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응답하라 1994' 이후 맡은 작품 중에 잘 안된 것도 있지만, 배우로서 성장함에 있어서는 단 한 작품도 버릴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우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연기 철학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그는 "과거에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난 프로니까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잘했나 못했나만 중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과정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람과는 다시 만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딸 생각하며 몰입"...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보여줄 새로운 모습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서 정우는 낮엔 수사, 밤엔 불법 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 챙기는 형사 명득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캐릭터에 대해 "아이러니한 물과 기름 같은 느낌일 수 있는데, '어떻게 범죄 액션에 휴머니즘이 들어갈 수 있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라고 치면 장치인 거다"라고 설명했다.
정우는 이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딸과의 감정 교류 장면에서 그는 실제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딸이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이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는 날짐승의 외침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촬영 중 실제 딸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우의 노력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아무래도 (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 그 상황을 겪을 수 있다면 겪어보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하면 비슷한 깊이의 가족을 대입하든지,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정우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18년에 촬영을 시작해 2019년 초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6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정우는 이 영화와 '뜨거운 피'(2022)를 동시기에 찍으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두 작품 촬영을 끝내고 2년간 쉬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었다. 이러다가 잘못될 거 같단 생각도 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우는 배우로서 성장했다. 그는 "발버둥 치는, 훈련받지 않은 야생마와 같았던 거 같다. 뛸 때 속력은 좋지만 컨트롤이 안 되고 어디로 뛸지 몰랐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서 보여줄 정우의 연기에 깊이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을 포함해 제57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4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주목받았다. 정우와 함께 김대명, 박병은이 출연해 시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우의 이번 인터뷰는 한 배우의 성장과 고민,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응답하라 1994' 이후 10년간의 고민과 성찰, 그리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통해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우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연기 인생을 펼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