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콘텐츠로 소통하는 숲" ... 브랜드 쇄신으로 글로벌 도약 노린다
대한민국 1인 미디어의 선구자 아프리카TV가 18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15일, 아프리카TV는 플랫폼 명칭을 'SOOP(숲)'으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브랜드 쇄신에 나섰다. 이는 지난 3월 사명을 SOOP으로 변경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SOOP은 '숲'처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로고에는 스트리머와 이용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넓은 세계와 연결돼 소통한다는 뜻을 담아 디자인됐다. 이번 변경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를 넘어 회사의 정체성과 비전을 재정립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SOOP 관계자는 "TV라는 단어가 내포한 기존 방송의 개념에서 벗어나 시청자와의 소통을 중심으로 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튜브, 트위치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브랜드 변경과 함께 플랫폼 내 용어도 일부 변경됐다. 방송 진행자를 뜻하던 'BJ'는 '스트리머'로, '아프리카페이'는 'SOOP페이'로, '방송국'은 '채널'로 바뀌었다. 다만, 시청자가 BJ에게 보내던 현금성 아이템인 '별풍선' 명칭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SOOP 측은 지난 7월 후원 상품 명칭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아프리카TV의 역사는 곧 한국 1인 미디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는 TV'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아프리카TV는 유튜브가 대중화되기 전 국내에서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도서관, 감스트, 쯔양 등 현재 지상파에서 활약 중인 많은 인터넷 방송인들이 아프리카TV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했다.
SOOP으로의 브랜드 변경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소속된 숲 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잠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달 초 이를 기각하면서 리브랜딩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성장통 극복이 관건... '선정성 논란'과 '사행성 조장' 우려 해소해야
하지만 SOOP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아프리카TV는 그동안 '벗방(노출 방송)', '엑셀방송' 등 선정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엑셀 방송'은 BJ들의 후원금을 '엑셀 문서'처럼 공개하고, 주로 남성 BJ가 진행하는 방송에 여러 명의 여성 BJ가 집단으로 출연해 지목받으면 춤을 추는 등의 형태로 진행되며 팬들 간 후원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송 형태는 성 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별풍선 상위 10명의 BJ에게 총 656억원을 지급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수익 1위 BJ는 200억여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 SOOP이 매출 증가를 위해 엑셀 방송 규제에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 BJ들의 도덕성 문제와 마약, 도박 등 범법 행위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이로 인해 청소년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미디어 전문가는 "SOOP의 브랜드 변경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을 넘어 플랫폼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해야 한다"며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OOP 측은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e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OOP은 최근 e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교육,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정찬용 SOOP 대표는 오는 24일부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속 BJ의 사건·사고와 시청자 사행성 유도, 청소년 도박 문제 등에 답변할 예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SOOP이 어떤 해명과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SOOP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콘텐츠 제작사 대표는 "아프리카TV가 한국 1인 미디어 시장을 개척한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SOOP의 브랜드 변경이 단순한 이미지 변신에 그칠지, 아니면 진정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1인 미디어 시장의 선구자로서 SOOP이 어떻게 성장통을 극복하고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