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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전공의들의 고백 '블랙리스트의 두려움, 병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작성일 : 2024.09.23 02:05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45명이 조사를 받았고, 그중 3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주목할 점은 송치된 인원 중 30명이 현직 의사라는 사실이다. 이는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블랙리스트 작성 및 유포 혐의로 전공의가 구속된 사건은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구속된 전공의를 '피해자'로 지칭하며,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동조하듯 여러 의사단체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블랙리스트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고 있다. '참의사 리스트', '복귀 의사 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유포되었으며, 최근에는 '응급실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이로 인해 병원에 복귀하려는 전공의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대인기피증을 호소할 정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의료계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일부 극단적인 전공의들의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자정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의협의 성명서에서 "명단을 작성한 회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가해자를 '피해자'로 두둔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인해 병원에 복귀하고 싶어도 못하는 전공의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꼭 따고 싶어 수련을 마쳐야 하지만, 개인행동을 하기 부담스러워 돌아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의료계가 주장해온 '개인의 선택' 존중과 상반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고 언급했으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는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블랙리스트를 "공공연한 살인 모의"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는 이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감싸는 대신, 실제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들의 복귀를 돕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시키고 합리적인 의견 개진을 장려하는 내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의료계 내부의 갈등과 외부와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다. 의료계는 이 사태를 계기로 내부 결속을 다지되,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 역시 의료계의 우려를 경청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사태의 해결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