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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민자들, 애완견 잡아먹어"...SNS 타고 번진 '괴담'의 실체

작성일 : 2024.09.12 04:35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거짓 주장을 펼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근거 없는 루머에 기반한 것으로,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즉시 사회자에 의해 반박되었으며, 스프링필드 시 관계자들도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거짓 정보의 기원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1세 소년이 무면허 운전을 하던 아이티 이민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후 페이스북과 X(구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되었다.

특히 공화당 인사들과 일부 보수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이 이러한 거짓 정보를 검증 없이 공유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JD 밴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정치인들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까지 이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폴리티팩트>를 비롯한 여러 팩트체크 기관들의 조사 결과,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프링필드 경찰도 반려동물 도난이나 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된 사진과 영상들도 스프링필드와는 무관한 다른 지역의 사건들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에서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쟁점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인종차별적 요소에 기반해 사람들을 분열시키려는 또 다른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커뮤니티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안전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으며, 지역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에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이것이 정치인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이러한 거짓 정보가 실제 소수자 커뮤니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 미국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