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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제거한 여중생 송치에 시민 항의 쇄도, 경찰 '보완 수사' 결정

작성일 : 2024.09.05 04:58 수정일 : 2024.09.05 05:03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게시물 제거'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며,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경찰은 보완 수사를 결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여중생 '재물손괴' 혐의 송치, 시민 항의 빗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제거한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은 지난 5월 11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던 중 거울에 붙은 게시물이 시야를 가려 이를 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5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500여 개의 항의 글이 게시됐다. "우리 집 문 앞에 광고 전단지 떼려면 어디다 전화해야 하나요?", "저희 아파트에도 전단지가 붙어 있어서 112 신고하려고요", "저도 광고물을 뗐는데 자수하겠다" 등 경찰의 판단을 비꼬는 내용의 글들이 주를 이뤘다.

일부 시민들은 "어떻게 전단을 떼어야 처벌받지 않는지 알려 달라"며 "지금까지 이런 광고 전단 100개는 넘게 뗀 것 같은데 저도 처벌받게 되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으니 우리 아파트에 있는 전단을 떼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의 판단 근거와 보완 수사 결정
경찰은 A양의 행위를 재물손괴로 판단한 근거로 2022년 평택지원의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제시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을 적법하게 철거하기 위해서는 부착한 이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A양이 제거한 게시물은 관리사무소의 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민 조직은 아파트 하자 보수 범위를 둘러싸고 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용인동부서의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 후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사건을 다시 돌려받은 용인동부서는 A양 등의 행위가 재물손괴 혐의의 성립요건에 부합하는지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경찰서장의 사과와 향후 대응
논란이 확산되자 용인동부경찰서장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직접 답글을 달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서장은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며 "언론보도 관련하여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경찰서로도 민원 전화가 접수되고 있다"며 "해당 답글의 경우 서장님이 직접 작성하신 게 맞다"고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일상적인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법 적용의 적절성과 경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경찰의 보완 수사 결과와 최종 판단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동주택 내 게시물 관리와 관련된 법규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적용과 해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