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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억 원 투입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결정…서울 도시재생 정책의 전환점

작성일 : 2024.09.02 02:18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서울시가 1100억 원을 투입해 2022년에 완공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철거를 결정함에 따라, 서울의 도시재생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박원순 전 시장의 보존·재생 정책과 오세훈 현 시장의 재개발 정책 간의 뚜렷한 노선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도시 개발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발하고 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에서 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약 1km 길이의 보행로로, 박원순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 사업이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1109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상가 간 연계성을 높여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개통 후 1년여 만에 철거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예상을 크게 밑도는 이용률과 주변 상권 활성화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공중보행로의 일평균 이용량은 1만 1731건으로, 당초 예상치인 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더욱이 공사 이후 지상 보행량이 40% 감소하는 등 오히려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은 취임 후 세운상가 일대에 대한 전면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7개 상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하여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고, 그 양옆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공중보행로는 재개발의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철거가 결정되었다. 서울시는 우선 삼풍상가부터 호텔PJ로 이어지는 구간의 보행로를 내년 상반기에 철거할 계획이며, 나머지 구간은 각 상가의 공원화 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철거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도시재생에 대한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이 기존 도시 구조의 보존과 점진적 개선에 중점을 둔 반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은 대규모 재개발을 통한 도시 기능의 전면적 재편을 지향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도시의 미래상에 대한 철학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1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설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인들의 피해와 도시의 역사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중보행로 내 상업시설 입주 상인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례는 도시재생 사업의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른 이용 실태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의 수요 예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이 정권 교체에 따라 크게 변경되는 현실은 도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향후 세운상가 일대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중보행로의 부분적 활용이나 리모델링을 통한 기능 개선을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전면 재개발을 통한 새로운 도시 경관 창출을 지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 공청회와 도시재생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철거 결정은 단순한 시설물의 제거를 넘어 서울의 도시재생 정책의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는 도시 개발에 있어 보존과 재생, 그리고 재개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진통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사례를 통해 도시 정책의 일관성, 예산 사용의 효율성, 그리고 시민들의 실질적 필요를 반영한 개발 방식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운상가 일대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