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전날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위해 부당한 금전 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2018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오른 직후,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서 씨가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취업한 경위다. 당시 설립 초기 실적이 빈약했던 항공사의 고위직 채용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이는 곧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국민의힘과 일부 시민단체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 씨의 취업과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사이의 대가성을 규명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서 씨를 세 차례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올해 1월에는 경남 양산시에 있는 서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다혜 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문 전 대통령 직계 가족에 대한 첫 강제 수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딸 가족에게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금전적 지원의 규모와 경로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가족 간 지원을 넘어서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번 수사 확대를 둘러싸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당시 본인은 전직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정치 사건으로 구속했다"며 "국정농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보수우파 진영 수백 명을 구속한 일이 있었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이어 "그런데 지금 와서 가족 비리 혐의로 본인의 가족들을 조사하니 측근들이 그걸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하고 있네요.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덧붙이며, "지은 죄만큼 돌아가는 게 세상 이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표는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 탄압한다고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 정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특혜 의혹 수사를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 가족 수사는 이제 한국 정치의 불편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재명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수사가 실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치주의 국가에서 권력자와 그 가족이라 해도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홍준표 시장의 발언처럼, 과거 정권의 행태를 고려할 때 현재의 수사를 단순히 정치 보복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진행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철저한 증거 수집과 함께 투명한 수사 진행으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력형 비리와 특혜 의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고위 공직자 가족의 취업 과정에 대한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거나, 퇴임 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윤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국민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의 말싸움이 아닌,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정의 실현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 홍준표 시장이 언급한 "지은 죄만큼 돌아가는 게 세상 이치"라는 말과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민생 개선"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이번 수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