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운명을 가를 1.8나노 기술, 반등의 마지막 기회

작성일 : 2024.09.23 01:40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반도체 거인의 추락: 인텔의 위기
한때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깊은 위기에 빠졌다. 50년 가까이 PC와 서버용 CPU 시장을 장악하며 '반도체 왕국'으로 불리던 인텔이 모바일과 AI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심지어 후발주자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텔의 몰락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PC 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모바일 AP 칩 시장은 퀄컴이 장악했고, 주력 사업이던 PC·서버용 CPU 시장에서조차 AMD에 밀리고 있다. 더욱이 AI 붐에 따른 산업 재편에도 뒤처지면서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칩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실패와 리더십 문제
인텔의 위기는 단순한 기술력의 문제가 아닌 전략적 실패와 리더십의 문제로 지적된다. 2005년부터 마케팅·재무 출신 CEO들이 기술 전문가 대신 회사를 이끌면서 기술 혁신에 소홀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오픈AI에 대한 지분 투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AI 시장에 조기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결정적 실수로 평가받는다.

구조조정과 반등 노력
인텔은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10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 감원을 진행 중이며, 배당금 삭감 및 지급 중단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독립 자회사로 분리해 외부 자금 유치를 용이하게 하는 등 기업 구조 재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취임한 팻 갤싱어 CEO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미국 정부의 '반도체 법' 지원을 받아내는 등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뒤처진 기술력을 단기간에 만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텔의 미래: 1.8나노 공정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운명이 내년 본격 양산에 들어갈 차세대 파운드리 1.8나노(18A) 공정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TSMC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1나노대 공정에 진입할 수 있어, 기술 리더십 회복과 함께 수익성 개선, 고객 신뢰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미래는 내년에 생산될 차세대 칩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면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왕국의 운명은?
인텔의 위기는 기술 혁신의 중요성과 함께 시대의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PC 시대의 거인이 모바일과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모습은 기술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인텔이 1.8나노 공정 기술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퀄컴과 같은 경쟁사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인텔의 사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역동성과 혁신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