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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냐는 말이 제일 힘들었다" 배우 서현진, 15년 공백의 이야기

작성일 : 2024.11.21 01:50 작성자 :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

국악고 무용 전공생에서 SM 연습생으로...예기치 못한 진로 변경
배우 서현진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처음으로 상세히 털어놓았다. 국악 중·고등학교에서 무용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가 SM엔터테인먼트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것은 운명의 분기점이었다. "H.O.T, S.E.S를 좋아하던 세대"였던 그는 큰 고민 없이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그의 가족들은 TV를 "바보상자"라 부를 만큼 연예계와 거리가 멀었다. "엔터테인먼트사에 들어가면 아나운서가 되는 줄 알았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는, 그만큼 준비 없이 시작된 연예계 입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1년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지만, 1년 만에 그룹은 해체됐다. 불과 4번의 지상파 무대 출연이 전부였다.

"이제 저걸 할 수 없네"...무용수의 꿈을 접은 순간부터 시작된 15년의 방황
서현진에게 가장 큰 상처는 자신의 정체성인 '무용'을 포기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국악고 동기들의 공연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제 나는 저걸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의 고백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과 함께 나왔다. "파도에 휩쓸리듯" 시작된 연예계 생활이 그의 본래 꿈을 앗아간 순간이었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시작한 연기 수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무용에서 익힌 반복 연습의 방식으로 4년을 매달렸고, 드라마 '황진이'로 첫 연기 도전을 했다. 하지만 이후 7년이라는 긴 공백이 찾아왔다. 2001년 데뷔 이후 '또 오해영'으로 인정받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예체능만 오래 해와서 다른 걸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서현진의 고백은, 많은 예체능 전공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요즘 뭐 하냐"는 주변의  질문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는 그의 말에서, 긴 시간 동안의 내면의 싸움이 느껴진다.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는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니? 그만두자'는 부모님의 말씀이 발밑을 흔드는 것 같았다"는 그의 고백은, 9-10년을 함께 기다려준 가족의 고통까지 담고 있다. "부모님께는 얼마나 아픈 손가락이었겠냐"는 말에서, 한 가족의 오랜 시름이 느껴진다.

현재 성공한 배우로 자리잡은 서현진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장통을 넘어 예체능 전공자들의 현실, 연예계의 이면,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담고 있다. "어두운 터널"이라고 표현한 그 시간을 지나,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효원 기자 (help@yesm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