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헬스 트레이너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황철순(41) 씨의 여성 폭행 혐의에 대한 2심 선고가 연기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곽정한·강희석·조은아)는 16일, 폭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씨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음 달 13일로 선고를 미루었다. 이번 사건은 황 씨가 여성 지인을 20차례 이상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던 사건의 항소심이다.
폭행에서 법정 공방까지: '징맨' 황철순 사건의 전말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3시경, 전남 여수시의 한 건물 야외 주차장. 그곳에서 벌어진 황철순 씨의 폭행 사건은 연예계와 체육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해 징을 치며 '징맨'으로 이름을 알린 황 씨는 이날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 폭행을 저질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황 씨는 피해 여성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20회 이상 때리고 발로 얼굴을 걷어찬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폭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 씨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 파손하고, 피해자의 차량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부쉈다. 더 나아가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차로 끌고 가 조수석에 앉힌 뒤 손으로 추가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황철순 씨의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했다. 한때 '헬스계의 대표 유튜버'로 불리며 10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그의 채널은 구독 취소 행렬이 이어졌고, 각종 방송 출연과 광고 계약도 줄줄이 취소되었다.
1심 재판에서 황 씨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부드러운 종아리 부분으로 머리를 들어 올렸을 뿐 발로 가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머리채를 잡은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황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당시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며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으로 피해자를 비난해 준법의식이 미약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황 씨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가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황 씨는 1심 판결 직후인 지난 7월 1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어 현재까지 구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탁금 논란과 피해자의 강경한 입장
황철순 씨 측은 1심 재판 과정에서 2000만원을 공탁했다. 일반적으로 공탁금은 피고인의 반성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며, 때로는 형량 감경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을 거절하고 오히려 엄벌을 탄원했다.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황 씨는 3000만원을 추가로 공탁했다. 총 5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공탁금은 황 씨 측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2심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도 공탁금 수령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 변화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피고인의 추가 공탁을 어떻게 반영할지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피해자 측이) 일주일 전에만 의사를 표현했어도 충분히 재판부에서 논의했을 텐데 어제 (거절 의사가) 왔다"고 선고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넘어선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실제로 피해자 측은 황 씨를 상대로 1억 5,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사건은 황철순 씨의 과거 행적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졌다. 그는 2022년 4월 시비가 붙은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 부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황 씨는 자신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을 알게 되자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휴대전화를 파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함에 따라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된 바 있다.
이러한 전과가 이번 사건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유사 전과가 있는 경우 가중 처벌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 스캔들을 넘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첫째, 유명인의 범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가? 둘째, 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셋째, 피해자의 의사를 형사 재판에서 어느 정도까지 반영해야 하는가?
특히 마지막 질문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선고에 반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2심 선고를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엄벌 요구와 황 씨의 낮은 개전의 정을 고려할 때 1심 판결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추가 공탁금과 구속 수감 기간 동안의 반성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징맨'에서 '폭행남'으로 전락한 황철순 씨의 사례는 유명인들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폭력이라는 범죄 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있다. 법원의 판단이 이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